조엘민박 후기 / CHOEL REVIEW

[미국 여행] 뉴욕 한인 민박 추천, 뉴저지 조엘 민박

Author
노리
Date
2018-10-15 22:49
Views
3211
처음 계획은 뉴욕에서 한 달을 사는 거였다. 살 집을 찾아보기 시작했을 때 도저히 용납할 수 없는 뉴욕 주거비에 혀를 내두르고, 곳곳에서 자본주의를 몸소 실천하고 있는 미국에 적잖이 실망을 해서 미국이라는 나라 자체가 지긋지긋해질 것 같았다.
급기야 뉴욕 여행을 '10박'으로 대폭 줄였다. 뉴욕도 결국엔 한 도시일 뿐인데 목적을 '여행'으로 수정한 지금은 너무 긴 기간이 아닐까 생각했지만, 서울만큼이나 즐길 거리가 풍성한 뉴욕은 어느 한순간도 지루한 적이 없었다. 도시를 좋아하는 사람에게 뉴욕만 한곳도 없을 거다.
뉴욕에서의 10박을 보낼 곳을 찾는 것도 쉽지는 않았다. 호텔은 숙박료 때문에 불가했고, 호스텔이나 한인 민박은 마음에 들지 않는 곳이 많았다. 숙소는 깨끗하고 편안하고 안전한 곳에 있어야 한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정말 뉴욕 전체를 뒤지고 뒤져 결정하게 되었다.
최종적으로 선택한 곳은 뉴저지 팰팍에 위치한 '조엘 민박'. 최종 후보지 몇 곳을 두고 사장님들과 대화를 나눴는데 조엘 사장 언니가 너무너무 친절하고 상냥해서 운명적인 느낌(?)을 갖게 되었다.
뉴저지 팰팍은 한인들이 많이 사는 한인타운이다. 거리를 걷다가 아무나 붙잡고 한국어로 얘기해도 말이 통하는 곳이고, 모든 가게가 한국어 간판을 달고 있으며 심지어 찜질방까지 있다. 덕분에 미국에 도착했음에도 미국인지 헷갈리기도 했지만, 오랜 기간 지내기에 이보다도 편한 곳도 없었다. 또 좋았던 건 '안전한 곳'이라는 점이다. 위험한 사람이나 홈리스를 한 명도 보지 못했고, 밤늦게까지 버스가 다녀 맨해튼에서 움직이기에도 전혀 무리가 없었다.
먼저, 맨해튼 숙소를 선호하지 않는 이유는 다음과 같다.

- 맨해튼은 너무 시끄럽다. 밤에 단잠을 자는 건 그야말로 불가능하다.
- 맨해튼 숙소는 너무 비싸다. 그 값어치를 하면 좋겠지만, 그러지도 못한다.
- 맨해튼은 위험한 곳이 많다. 안전이 최고다.

그리하여,
뉴저지 팰팍



첫날, 아시아나를 타고 뉴욕 공항에 도착해 아시아나 셔틀을 타고 근처 한인 마트(한남 체인)까지 움직였다. 그리고 사장 언니에게 픽업 비용을 지불하고 픽업을 요청했다. 차엔 조엘이가 타고 있었는데 사교성이 얼마나 좋은지 나를 보자마자 자기 옆에 앉으라며 집에 가서 자기 장난감을 보여주겠다고 ㅎㅎㅎㅎㅎ
조엘 민박에 있는 동안 정말 조카처럼 조엘이와도 좋은 추억들을 만들었다.


이곳은 밤이 참 예쁜 곳이었다.
상상 속 미국 집이 그대로 있었고, 참 평온하면서도 따뜻한 느낌이라 그냥 그 자체로 기분이 좋아지는 곳이었다.





브라운 룸.
처음 2박은 혼자 지내야 했기 때문에 도미토리를 예약했는데, 이후 한 가족이 도미토리를 사용하기 원하셔서 사장님이 브라운 룸을 혼자 쓰도록 업그레이드를 해주셨다. 럭키!
정말 너무 깔끔하고 침구가 편해서 계속해서 이 방에 있고 싶었다. 이런 곳이라면 한 달을 살아도 좋을 것 같다고 생각했다.



이후엔 일행이 있었다. 그래서 본래 예약 한 대로 '화이트 룸'을 사용하게 되었다.
화이트 룸은 브라운 룸보다 침대 크기는 작았지만, 역시나 침구가 편안하고 깨끗했다.
아무래도 이 집의 깔끔함은 아무도 따라올 수 없을 것 같았다.

화장실은 2층의 브라운 룸, 화이트 룸 사용자 최대 4명이 함께 쓴다. 다들 매너 좋은 분들이셨어서 불편함 없이 사용했다. 아 그리고! 조엘 민박인 매일 1개씩 수건이 제공된다. 이게 뭐 대수냐 싶을 수도 있는데, 뉴욕 민박 중에는 수건이 제공되지 않는 곳도 많고, 이럴 경우 나 같은 장기 여행자에겐 난감한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 하지만 조엘 민박에선 그럴 일이 없었다.

조식

조엘 민박의 자랑거리 중 하나는 조식이다.
매일 다른 메뉴로 사장님이 만들어주시는 '가정식'이 준비된다. 단, 전날 저녁까지 미리 이름을 적어야 한다. 한 번은 깜빡 잊고 이름을 적지 못해 아침을 날린 슬픈 기억이...ㅠ








또, 일정 금액을 내면 라면이나 짜파게티를 구입할 수도 있고, 맥주나 커피를 마실 수도 있다.
어느 날 밤은 짜파게티가 땡겨서 일행과 함께 한밤중에 짜파게티를 끓였는데, 그 냄새가 유혹적이었는지 다른 방 분들까지 죄다 짜파게티를 끓이게 됐다 ㅎㅎㅎ




매일 아침 조식을 제대로 챙겨 먹을 수 있다는 건 너무나 큰 장점이었다.
이렇게 아침을 먹고 나가야 맨해튼까지 가는 길에 배가 고프지 않았고, 배고픈 맘에 군것질을 하지 않고 제대로 된 맛집을 찾아다닐 수 있었다. (기승전 먹방;;)

166번 버스
맨해튼까지 이동할 때 우리나라로 치면 '광역버스'를 타면 된다.
급행을 타면 20분 정도면 충분한데, 시간을 잘 맞춰야 한다. 주말이나 오전 11시 이후에는 로컬 버스를 타야 하는데 40분이 걸린다. 그래서 웬만하면 11시 이전 통근 시간대의 급행을 타기를 추천한다.
다행히도 '실시간 문자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어서, 미리 버스 시간을 체크하고 맞춰 나갈 수 있다.
버스는 현금으로 $4.5를 지불해도 되지만(뉴저지에서 맨해튼 갈 때만 가능하다), 여간 귀찮은 게 아니므로 맨해튼 버스 역에서 10회 티켓을 구입하는 게 좋다.
버스 이용법은 조엘 사장님이 자세히 알려 주시는데, 이렇게 버스를 타고 매일 다니니 진짜 뉴저지 주민이 된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어느 날은 엄청 웃긴 일이 있었다.
버스 드라이버가 이제 처음 취직을 한 흑인 여자분이었는데 하필 출근 시간에 도로 하나가 통제가 되어 있었다. 미국은 이렇게 예고도 없이 수시로 공사를 해서 아무도 교통을 예측할 수가 없다. 문제는 출근 시간이라는 데 있었고, 이 드라이버는 자기 핸드폰 데이터를 사용할 수 없다며 승객들에게 다른 루트를 검색 좀 해달라고 요청했다. 읭?
모두가 친구가 되기 쉬운 미국의 버스 안 승객들은 저마다 핸드폰을 두들기며 서로 대화를 하기 시작했다. 나는 이 당황스러운 상황에 두리번거리기만 하다 한 아저씨와 눈이 마주치자 아저씨는 나에게 '드라이버가 초보인가 보다'고 말을 건넸다. (안물어봤...;;)
드디어 한 승객이 다른 도로를 알아냈는데 문제는... 그 도로가 바로 오른쪽에 있었는데 그 길까지 연결된 차도가 없었던 것. 한 마디로 두 도로 사이에는 연석과 잔디로 구분이 되어 있었는데 순간 모든 사람들이 일제히 '그냥 (길이 아닌) 저 길로 가라'라며 마치 구호를 외치듯 'move, move!'라는 게 아닌가!
정말 이 당황스러운 상황에 드라이버는 용기를 내(?) 도로가 아닌 길로 달리기 시작했고, 차가 덜컹 덜컹하며 나는 이 버스가 옆으로 쓰러져 버리는 게 아닌가 하는 공포감을 느꼈다. 도로가 아닌 길로 열심히 달리는 버스를 보자니 90년대 즈음 본 것 같은 영화 '스피드'가 떠올랐다.
마침내 버스가 제대로 된 고속도로로 바퀴를 안착시켰고 그 순간 사람들은 일제히 박수를 치고 휘파람을 불고 난리가 났다. 'Good Job!' 버스 안에서 몰래카메라를 찍고 있는 것 같았다.
그리고 나는 생각했다. 'Too America!!'
잊지 못할 당황스러우면서도 재밌는 추억이었다. 뉴욕을 생각하면 조엘 민박이, 그리고 조엘 민박을 떠올리면 이날의 기억이 함께 떠오른다.



조엘 사장님이 둘째 출산을 앞두고 계신다.
아가를 위해 새로운 집으로 이사를 가시면서 기존의 조엘 민박은 온전히 민박만을 위한 집으로 운영할 거라 하신다. 귀여운 조엘이와 마주칠 일이 없어질지 모르겠지만, 뉴욕 숙박을 고민하고 있는 여행자들에게 조엘 민박을 적극 추천하고 싶다.
조엘 민박의 장점은 수도 없이 많지만 몇 가지를 정리해 본다.
1. 새벽에도 문제없는 편리하고 안전한 교통.
2. 너무나 안전한 동네
3. 봐도 봐도 놀라는 깔끔 그 자체의 집
4. 친근한 미국 일반 한인 가정집
5. 1일 1수건 제공
6. 짐 개수 상관없이 반입 가능
7. 너무 맛있는 조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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